교실붕괴현상과학교교육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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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수업이 어렵다', '학생들 보기가 두렵다'라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이전에 비하여 부쩍 늘었다. 90년대 들어 간헐적으로 보였던 '교실붕괴 현상'이 최근에는 거의 모든 학교로 전면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때맞추어 신문, 방송에서도 이 문제를 앞다투어 다룸으로써 교육의 위기는 이제 전국민적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수업에는 관심이 없이 시간 때우기에만 여념이 없는 아이들, 아이들에 둘러싸여 소외된 교사, 그래서 '교사와 학생, 번갈아가며 시계를 쳐다본다. 제발 종이여, 땡땡땡 쳐라, 쳐!' (국어교사 김혜련 '학교종이 땡땡땡') 라는 작가의 표현은 현재 우리 교실의 현주소의 심각성 그 자체이다.

이러한 교실의 위기, 학교공동체의 마비현상에 대하여 부산교대 심성보 교수는 '새로운 문명사회를 향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정부는 참여적 개혁, 공동체적 개혁이라는 새로운 교육개혁 패러다임으로 실천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학교 붕괴 현상에 대해 교사 개인의 자질 문제로 환원해서도 안되며, 뾰족한 만병통치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제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상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연세대 조한혜정 교수)하는 분도 있다. 드디어 공교육 패러다임의 유효성까지도 심각하게 검토해야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즘에 교실에서 45분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며칠 전 3학년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곳에 대하여 갖는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대답 중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을 옮겨 보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공부가 즐겁지 않다'라고 서슴없이 말하였다. 더 나아가 일부 학생은 아이들은 변화하는데 선생님들은 예전 수업방식을 강요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게임식으로 수업할 수 없나요?' 라든지 '학교에 오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결국 학교라는 공간은 아직도 학생들에게 '억압기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전세대가 이러한 억압을 순응한 세대였다면 요즘의 학생들은 '저항'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개념을 먹고 산다기보다, 이미지와 감각을 먹고산다. 비디오나 만화, 온라인 게임 등이 아이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정작 '스타크래프트'가 뭔지도 모르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학부모 또한 자녀들이 인터넷이나 PC통신에 빠져있다고 한탄할 뿐, 왜 그들이 그곳에 탐닉하는지에 대하여는 고민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가정에서 편한 자세로 리모콘만 가지고 있으면 온갖 화려한 유혹의 요소들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 집밖으로 한 발만 나올라치면 피시방, 노래방, 비디오방이 반겨준다.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기고 선동하여 상업문화의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대중매체와 상업자본에 의하여 그들은 점점 학교로부터, 교실로부터, 교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세계는 견고하다. 또래집단에서 학습내용을 잘 기억하고 이해하는 모범생은 질시의 존재가 되며, 지나치게 모범적이면 '왕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학생과 모범학생의 구분은 모호해졌으며 누구랄 것 없이 감각적 즐거움을 좇는다. 이런 학생들에게 교실 안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바른 자세로 공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더 이상 효과가 있을까?

교육이란 '일련의 조직된 프로그램으로 학습자를 변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또한 인류가 쌓아온 문화유산을 후세에 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 그러한 작업이 대단히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곧 교육의 위기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근본물음까지도 던져준다. 필자는 '공교육 시스템의 해체를 포함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구축'과 같은 이상적 모델에 대하여 아직은 동의할 수 없다. 또 다른 혼선과 갈등이 너무 클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몸을 내맡기고 끌려가다가 정보화 사회에 도태되어서 새로운 시대에 동참하지 못하게 되는 것 또한 용납되지 않는 현실안주이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탐닉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른들이 활자매체에 익숙하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영상매체에 보다 더 친근감을 갖는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며 은근함보다는 즉시성에 더 몰두한다. 그곳에서부터 학습의 요소를 추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방식이 요즘의 교육왜곡현상에 대한 확실한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학생들과 더불어 '흥미 있는 수업으로 학습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훌륭한 방편 중의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